fjrigjwwe9r1UNIMO_MULTIBOARD:Brd_Contents 삼성전자 ＇갤럭시S5＇가 일반에 선보였다. 정식 발표에 앞서 통신사들이 제품을 미리 전시하는 형태로 공개했다. 국내에서는 이렇게 출시 전에 미리 일반에 먼저 선보이는 경우는 흔치 않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아무래도 첫째는 품질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결정이다. 갤럭시S5는 그 어떤 제품보다도 품질에 대한 논란과 소문이 무성했다. 부품 수급부터 개별 부품의 성능, 게다가 제품 폐기에 대한 소문까지 나왔다. 제품이 정식 출시되기도 전에 ‘정말 문제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차는 분위기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일이 더 번지기 전에 미리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통신사를 통해 미리 써보게 해서 출시 시점까지 발표 직후의 기대감을 이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시연 행사도 그 목적 중 하나로 짐작된다.
제품을 보기 편한 광화문 올레스퀘어를 찾았다. 문을 들어서 둘러봤을 때 제품이 한눈에 띄지는 않았다. 광화문 올레스퀘어에는 수많은 모바일기기들이 전시돼 있다. 제품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다보니 체험존을 따로 꾸려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 판을 앞에 두고 내가 처음 주워든 기기는 ＇갤럭시노트3＇이었다. 그만큼 단번에 눈에 확 들어오는 디자인은 아니라는 얘기다.
갤럭시S5의 디자인은 ＇갤럭시S4＇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S3에서 S4로 넘어가던 시기에도 지적됐던 것이긴 한데, 이번에는 더 구분이 어렵다. 옆 테두리에 세로줄을 그었고 뒷판에 구멍을 촘촘히 뚫어놓은 것 정도가 차이다.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어쨌든 ‘언뜻 봐도 갤럭시’라는 특징은 자리를 잡았다.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부정적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룩앤필이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는 점은 삼성으로선 반길 일이다. 다른 회사들의 제품과 헷갈리지 않는다. 브랜드 측면에서는 이런 반응이 나을 수도 있다. 뒷판은 말이 많긴 하지만 직접 보면 형편없는 수준은 아니다. 손에 쥐는 느낌도 꽤 편하다. 너무 매끄러웠던 이전 제품들보다 손맛은 더 낫다.
디스플레이 크기는 5.1인치다. 해상도는 달라지지 않았으니 갤럭시S4의 5인치 디스플레이와 비교해 크게 달라보이진 않는다. 크기는 그리 커보이진 않는데 갤럭시노트3과 놓고 보면 또 별로 차이나지 않는다. 이제 5인치 초반대 스마트폰은 별로 커 보이지 않는다.
삼성은 두 가지에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하나는 S헬스, 다른 하나는 이용자경험(UX)이다. UX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 테스트 기기는 모든 기능을 다 써볼 수 있을 만큼 기능을 활짝 열어주진 않아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지만, 전반적인 UX의 발전은 디자인 요소에 쏠려 있다. ‘편하게’보다는 ‘예쁘게’ 쪽에 가깝다. 이미 손에 익어 있는 UX를 굳이 바꿀 필요는 없었겠지만, 매 세대마다 많은 요소들을 덧대고 있는 상황에서 한 번쯤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제어판은 카테고리별로 정리가 돼 있긴 하지만, 아직도 메뉴가 너무 많다. 어려워서가 아니라 설정 메뉴만 봐도 질려버릴 수 있다. 전반적으로 색은 더 많이 쓰고 플랫 디자인이 입혀져 있는 건 좋다. UX와 이용자화면(UI)의 미적 진화 정도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아래 터치 버튼에서 왼쪽을 메뉴 대신 멀티태스킹 버튼으로 바꾼 건 의외다. 구글이 원하는 부분에 좀 더 가까워진 것인데 메뉴, 홈, 뒤로가기의 세 가지 버튼은 삼성 스마트폰의 핵심 UI인데 여기에 변화를 준 건 좋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
S헬스는 전시된 기기에는 모든 요소가 깔려 있진 않았다. 다만 걸음수 체크와 심박측정기 정도만 쓸 수 있었다. 심박측정기는 MWC에서 일부 외신이 오류가 꽤 있다고 보도했는데, 10번 정도 체크해보니 비슷한 수치를 그려내긴 했지만 잴 때마다 숫자가 꽤 움직인다. 카메라 플래시와 앱을 이용한 심박 측정 기능과 비교해보면 속도가 눈에 띄게 빠르다. 전용센서를 내장해 빨리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게 한 것으로 보이는데, 한편으로는 조금 더 길게 측정하더라도 정확도가 높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외에 MWC에서 보여준 전반적인 S헬스 프로그램들은 아직 접근할 수 없었다.
지문인식은 직접 써볼 수는 없었다. 갤럭시S5는 홈버튼에 스캐너를 달아 손가락을 이 위에 문질러 지문을 읽는다. 그런데 긁는 동작 자체가 불편하다. 화면을 키우다보니 화면 아래쪽 홈버튼 공간이 너무 좁다. 그리고 이 버튼이 살짝 튀어나와 있다. 손으로 긁으면 매끄럽게 넘어가는 게 아니라 특 튀어나온 곳을 긁는 느낌이다. 실제 제품이 나오면 높이는 개선되지 않을까 싶은데, 일단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다. 매번 이렇게 쓴다고 생각하면 약간 망설여진다. 얼마나 빠르게 잘 읽히는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다.
갤럭시S5를 둘러본 느낌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분명 기본기는 더 탄탄해졌다. UX와 디자인에 꾸준히 신경쓰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갤럭시S4를 쓰던 이들에게 추가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바꾸라고 할 만한 요소는 잘 보이지 않는다. 실제 판매되는 완성품을 두고 판단할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크기, 디자인, 성능으로 큰 차별을 두지 못했기 때문에 새로 사려는 이들에게도 오히려 가격이 싼 갤럭시S4 LTE-A가 나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갤럭시S5는 여전히 가장 잘 만든 안드로이드폰이다. 여전히 프로세서는 가장 빠른 것을 썼고 3세대, 노트까지 5가지 제품을 거친 삼성의 디자인은 이제 손에 익는다.
메모리를 3GB에서 2GB로 줄인 건 의외의 결정이긴 한데 써보면 속도의 차이는 잘 모르겠다. 이미 스냅드래곤 800이나 801 프로세서의 차이는 예전처럼 급격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프로세서는 상향평준화가 돼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는 더 늘렸고 전력 관리가 탄탄해졌는데, 화제가 됐던 절전 모드는 의외다. 절전 모드는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한 기능이다. 삼성은 배터리가 10%만 남으면 24시간 동안 대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모드에서 절전모드로 전환하는데는 시간이 좀 걸린다. 앱들을 정리하고 작업 내용을 따로 담아놓는 듯하다. 절전모드로 바뀌면 화면이 흑백으로 바뀌고 전화, 문자메시지, 인터넷 정도만 열어둔다. 여기에 몇 가지 앱을 추가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가 가득찬 상태에서 이대로 쓰면 12.5일을 쓸 수 있다고 뜬다. 앱 속도가 느려지는 것으로 봐선 프로세서의 작동속도도 최저 수준으로 낮추는 듯하다.
삼성이 차별점으로 삼았던 것은 생체정보로 보이는데 지문인식도, 심박측정도, 그리고 S헬스의 나머지 요소들도 얼마나 손이 자주 갈 지 선뜻 판단하기 어렵다. 제일 혼란스러운 부분은 이 생체정보 관련 기능들도 삼성 스마트폰이 추구하는 방향인 건지, 아니면 웨어러블과 피트니스의 인기에 올라타는 것인지가 애매하다. ‘올해 획기적으로 새로워진 프로세서나 GPU, 디스플레이가 나왔다면 갤럭시S5도 하드웨어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맴도는 건 이렇다 할 매력 포인트가 보이지 않는다는 반증인 것 같다.
삼성 또한 아직 ＇가장 빠른 하드웨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진 않은 것 같다. 코어텍스 A57 기반의 프로세서와 LTE-A 모뎀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연내라도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반전을 노리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는 원하는 부품이 충분히 마련될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삼성전자는 계획대로 4월 중으로 갤럭시S5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