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jrigjwwe9r0UNIMO_MULTIBOARD:Brd_Contents 제조사, 기존 유통망이 더 유리하다
이통사, 요금할인 적용할까 말까
5월부터 휴대폰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면 휴대폰을 이동통신대리점이나 판매점 이외에 전자제품 대리점이나 홈쇼핑 등을 통해서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막상 단말기 공급을 맡게 될 가전매장 등 관련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수십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요금할인까지 적용하는 이통사 대리점보다 싸게 팔 방법이 없어서다.
블랙리스트 제도는 이통사 중심의 휴대폰 유통구조를 바꾸기 위해 도입됐지만 당분간 기존 유통구조의 벽을 깨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의 휴대폰 유통경로는 단순하다. 제조사가 휴대폰 단말기를 이통사에 공급하면 이통사는 단말기 등록 절차를 거쳐 통신서비스와 함께 대리점을 통해 이용자에게 판매한다. 일부 제조사 대리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단말기도 이미 이통사를 통해 등록된 제품이다.
이통사는 자사에 등록돠지 않은 단말기에는 통신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따라서 소비자가 휴대폰 단말기와 이통사를 선택하는데 제약이 따른다.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처음 출시됐을 때 KT에서만 통신서비스 개통이 가능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처럼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모든 단말기가 이통사의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휴대폰 유통시장에서 이통사의 입김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면 이통사의 등록 절차가 없어지기 때문에 제조사가 단말기를 일반유통업체나 자사의 판매점에 바로 공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블랙리스트 제도가 잘 정착되면 휴대폰 유통시장의 주도권이 제조사나 유통업체로 넘어가게 된다.
◇ 제조사 `기존 유통망이 더 유리`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유통업체인 홈플러스나 이마트(139480)(260,000원 ▲ 4,500 +1.76%), 하이마트(071840)(59,100원 ▲ 300 +0.51%) 등은 휴대폰 블랙리스트제도 도입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005930)(1,314,000원 ▼ 3,000 -0.23%), LG전자(066570)(79,200원 ▲ 500 +0.64%) 등 제조사들이 관행적으로 이통사에 출고가보다 낮은 가격에 단말기를 공급하는 상황에서 유통업체만 정상 출고가로 납품을 받는다면 이통사 대리점과의 경쟁은 애시당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제조사와 이통사가 판매보조금, 요금할인 등을 통해 구축해 놓은 유통구조 속에 단말기 판매만 갖고 들어간다는 것은 미친 짓”이라며 “최소한 제조사가 이통사에게 공급하는 가격대로 공급이 이뤄져야 일반 유통점에서 휴대폰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 제조사 역시 단말기 직접 판매에 대해 부정적이다. 제조사는 자사가 운영하는 전자제품 대리점을 통해 직접 단말기를 판매하면 판매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통사를 통해서는 대량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현행 유통구조가 더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조사 관계자는 “지금의 스마트폰 시장이 고가폰 위주로 조성된 것은 이통사의 요금할인 때문”이라며 “제조사가 직접 판매하면 고객이 받는 요금할인 혜택이 줄어들 수 있어 소비자에게 외면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통사, 요금할인 적용할까 말까
이동통신사들은 자사 대리점을 통해 구매하지 않은 소위 ‘블랙리스트폰’에도 요금할인을 해줄 것인가를 두고 고심중이다. SK텔레콤(017670)(139,000원 ▼ 1,000 -0.71%)은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다. 고객 간의 형평성을 감안하면 블랙리스트폰도 약정을 체결하면 요금할인을 해줘야 하지만 단말기 판매로 먹고사는 대리점과 판매점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KT(030200)(30,900원 ▲ 350 +1.15%)는 2년 이상 약정을 체결하면 블랙리스트폰도 요금제에 따라 요금할인을 해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블랙리스트 제도를 위한 요금제를 준비 중”이라며 “다만 요금제 구성, 블랙리스트 관련 시스템 구축 등의 문제로 요금제가 출시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블랙리스트폰 구입자가 기존 이통사 가입자와 동일한 조건의 서비스와 요금제 가입이 가능하도록 통신사들을 유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당분간은 이통사의 보조금 지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저가폰과 중고폰 위주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통사의 대리점을 통하지 않고 구매한 공단말기에도 요금할인을 해주는 방안과 일반 유통점에서도 이통사처럼 가격 할인 마케팅을 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제도란
정식 명칭은 ‘개방형 국제모바일 기기 식별번호(IMEI) 관리 제도’다. 도난이나 분실 등으로 신고된 단말기의 IMEI만 등록하는 방식이다. 이통사는 IMEI 등록·관리를 위해 공동으로 IMEI 통합관리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등록 명단에 없는 모든 단말기는 유심(USIM·가입자 식별카드)만 있으면 통신서비스를 개통할 수 있어 일반 유통매장 등에서 자유롭게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다.
■화이트리스트 제도란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휴대폰 등록 제도로 정식 명칭은 ‘폐쇄형 IMEI 관리제도’다. 단말기의 IMEI를 이통사의 시스템에 등록하고 등록된 단말기만 개통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이통사에 등록된 단말기만 구입해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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