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jrigjwwe9r0UNIMO_MULTIBOARD:Brd_Contents 스마트폰 시장 초기에는 어느 제조업체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잘 구동할 수 있게 최적화를 잘 하는가가 경쟁력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2년여 시간이 흐른 지금은 초기처럼 버벅거림이 심해 제대로 쓰기조차 힘든 안드로이드폰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 대신 스마트폰의 경쟁 양상은 하드웨어 사양으로 옮겨갔다. 퀄컴이 처음으로 모바일에서 1GHz 프로세서 시대를 연 이후 듀얼코어, 쿼드코어를 향해 프로세서 성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과거 PC용 프로세서의 발전 속도를 능가할 정도다.
화질과 해상도 등 디스플레이 경쟁이 그 다음 자리를 차지했다. 삼성 모바일 디스플레이를 등에 업고 아몰레드 시리즈를 강조하는 삼성전자와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선보인 애플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LG전자도 옵티머스 빅과 옵티머스 LTE 이후 화질과 밝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전세계 절반에 달하는 스마트폰이 똑같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으로 만들어지는 시대다. 머지않아 스마트폰도 PC처럼 프로세서와 화질 경쟁에서 더 이상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를 것이다. 이제 스마트폰 제조업체는 어떤 점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워야 할까.
김재현 돌비 래버러토리 코리아 지사장은 “화질에 이어 음질이 스마트폰의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 지사장은 3월1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스마트폰 화질 경쟁이 어느 정도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라고 진단하며 “소비자 조사 결과 같은 영상을 보더라도 입체 음향을 제공하게 되면 영상의 품질에 대해 더욱 높은 평가를 내리게 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HTC는 지난해 프리미엄 헤드폰 브랜드 ‘비츠바이닥터드레’를 인수하고 센세이션XL 제품에서 닥터드레 이어폰을 기본 제공하기도 했다. 워크맨으로 유명한 소니의 자회사 소니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즈(옛 소니에릭슨)도 음악 감상에 편리한 휴대폰이라는 이미지를 꾸준히 강조해 왔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극장이나 방송, 홈시어터, 음향기기 등에 주로 탑재됐던 사운드 솔루션들이 모바일 기기로 파고 들고 있다. 전세계 휴대전화 제조업체 가운데 점유율 1~5위 업체를 포함해 대부분의 업체가 ‘돌비 디지털 플러스’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돌비 디지털 플러스는 기존 돌비의 음향 기술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전송 기술과 오디오 품질 향상, 후방 호환성 등을 두루 갖춘 기술이다. 돌비가 2004년 처음 선보였으며, 모바일 기기에선 2010년 노키아 N8에 처음 채택됐다.
기존 전문적인 음향 시스템에 주로 탑재되던 돌비의 음향 기술을 모바일 환경에 적용하는 것은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모바일 기기는 영상 장비나 음향 시스템에 비해 기기의 성능이 낮은 편이고 기기마다 재생 특성도 다르다는 단점이 있다. 모바일 기기에서는 주로 인터넷에서 내려받거나 주변에서 복사한 영상과 음악 파일을 재생하기 때문에 콘텐츠마다 코덱과 채널 등 음향 품질도 제각각일 수 밖에 없다.
돌비 디지털 플러스는 채널 분리 기술을 활용해 보통 스테레오(2채널)로 인코딩된 영상에서 대사 정보와 음향 정보, 배경음을 분리해 밋밋한 스테레오 음향을 멀티 채널로 분리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아무리 멀티 채널로 분리하더라도 모바일 환경에서 음악이나 영상을 감상할 때에는 주로 헤드폰이나 이어폰 등 스테레오 채널을 이용하게 된다. 돌비 디지털 플러스는 버추얼 서라운드 기술을 채택해 2채널 헤드폰에서도 최대 7.1채널의 서라운드 음향을 제공할 수 있다.
주파수 별로 음향을 최적화하고 최적 볼륨을 유지해주는 기술도 유용하다. 스마트폰에서 유튜브 영상 등 비 전문가가 생산한 영상을 보다 보면 콘텐츠에 따라 볼륨이 제각각이라 이용자가 그때 그때 볼륨을 조절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HDMI와 DLNA, 블루투스 등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지원하기 때문에 거실에 있는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과 연결해 스마트폰의 콘텐츠를 더 고음질로 감상할 수도 있다. 극장이나 DVD, 블루레이에서 느꼈던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를 이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돌비의 바람대로 화질 경쟁에 이어 음질 경쟁이 스마트폰 시장의 새로운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을까.
현재로선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돌비는 최근 팬택과 돌비 디지털 플러스 기술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고 팬택의 베가 시리즈와 태블릿에 돌비 기술을 탑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이어 국내 주요 모바일 기기 제조업체들이 모두 돌비 기술을 채택하는 성과를 올린 것이다. 2010년 노키아 N8 시리즈에 처음 탑재된 이후로 지금까지 여러 제조사를 통해 150여 개의 휴대폰 제품이 돌비 디지털 플러스를 적용하고 있다.
한편으로, 아직까지는 스마트폰 시장이 음질보다 화질과 스펙 경쟁에 머무르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국내 3대 제조사가 모두 돌비 디지털 플러스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를 체결했다고 하지만 실제 제품을 출시한 것은 LG전자(옵티머스 3D, 옴티머스Q, 뉴초콜릿폰 등)가 유일하다. 그러나 이들 제품이 돌비의 음향 기술을 탑재해 더 잘 팔렸다는 근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앞으로 모바일 콘텐츠 감상 뿐만 아니라 콘텐츠 생산 측면까지 돌비의 기술이 파고든다면 돌비에 대한 모바일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다. 영상이나 음향의 제작부터 돌비의 기술이 적용돼 제작부터 감상까지 모든 영역에 걸쳐 돌비 기술이 적용될 때 돌비의 음향 기술은 비로소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이 날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돌비는 휴대 기기에서 사용자가 영상을 제작할 때 2개 이상의 마이크를 활용해 멀티 채널로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삼성전자와 팬택 등 더 많은 제조사가 돌비 모바일 플러스를 탑재한 제품을 출시하고, 영화나 방송 산업과 같이 모바일 환경에서도 콘텐츠 생산에서 감상까지 아우르는 고음질 생태계가 마련된다면 그때 비로소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소비자들이 제품을 고를 때 화질과 사양 뿐만 아니라 음질까지 고려하는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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