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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가 흔치 않던 1996년 초 이동통신서비스 가입비(보증금 포함)는 31만2000원에 달했다.
지금은 수차례 인하를 거쳐 SK텔레콤 3만9600원, KT는 2만4000원, LG유플러스는 3만원 수준의 가입비를 받고 있다.
하지만 몇 년 안에 이 같은 가입비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정부가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해 지난 두 달간 연구한 통신비 인하 방안이 이르면 19일께 발표된다. 정부는 특히 이동통신서비스 가입비를 수년간 단계적으로 인하한 뒤 완전 폐지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다만 초기 인하 폭과 발표 방식을 놓고 업계와 막판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등은 통신비 TF에서 스마트폰 요금제 개편을 최우선 과제로 검토했다.
먼저 현재 4만5000~9만9000원인 정액요금제 안에 묶여 있는 음성, 데이터, 문자메시지 요금을 소비자가 분리해 직접 설계할 수 있는 `모듈형 요금제`가 도입된다. 여기에 `블랙리스트 제도`를 도입해 이동통신사에 쏠린 유통구조를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블랙리스트 제도란 이통사들이 분실ㆍ도난 등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된 단말기 고유번호만 관리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제조사 유통망을 통해 휴대폰을 직접 구입한 뒤 가입자식별모듈(USIM)을 끼워 통화할 수 있게 된다.
통신비 TF는 이 같은 내용을 이번주에 발표하고, 가입비나 기본료 등 요금제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업계가 후속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요금까지 정부가 나서서 발표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달 석유가격 TF 때도 정유업체들이 기름값을 ℓ당 100원씩 자체적으로 내리는 형식이 갖춰졌다. 이번에도 이통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기본료 인하를 비롯해 청소년ㆍ노인 전용 요금제 도입 등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스마트폰 요금제만 개편하고 가입비, 기본료 등을 건드리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만족하겠느냐＂며 ＂업계가 자율적으로 인하 방침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논의 과정에서도 업체들은 기본료는 물론 가입비 인하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다 어쩔 수 없이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선거를 앞둘 때마다 통신요금 인하 압박이 가해졌다＂며 ＂경쟁구도를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매번 팔을 비틀어 요금을 내리게 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어쨌든 가입비가 사라지면 이동통신서비스 번호이동을 촉진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나 KT를 선택했다가 3년 안에 자사로 되돌아오는 소비자에게 재가입비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사업자로 옮겨 가는 것을 막아야 하는 SK텔레콤과 KT는 재가입비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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