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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3G 전환＂ LGT ＂유효경쟁＂ SKT ＂단계적 추진＂
정책ㆍ소비자ㆍ시장 고려한 방통위 마지막해법 절실
010번호통합정책에 대한 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 2004년에 내놓은 010번호통합정책은 3세대(G)와 신규가입자에게 010번호를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3G서비스를 촉진하고, 선발사업자(SK텔레콤)의 식별번호(011) 브랜드화를 막아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 주 목적이었습니다. 시간은 걸렸지만 현재 010을 사용하는 이통가입자가 80%에 육박하고 있어 정책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남아있습니다. 옛 정보통신부(현 방송통신위원회)는 010가입자가 전체의 80%가 될 때 번호통합을 마무리할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때가 다가오고 있지만 여전히 010번호통합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가 적지 않습니다. 010을 거부하며 남아있을 01x(011, 016, 018, 019) 번호 이용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바로 쟁점입니다.
방통위는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강제통합, 제도개선을 통한 010 유도, 사실상 정책 폐지 등을 놓고 숙고하는 분위기입니다. 방통위가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에 따라 가입자 기반과 네트워크 운영상황이 다른 통신업체들의 이해관계도 엇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 소비자, 정책이 3박자를 갖춘 해법이 제시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KT, SK텔레콤, 통합LG텔레콤 등 통신3사는 010번호통합정책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동의하면서도 그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릅니다.
KT는 번호통합정책을 자사 가입자의 2G→3G 전환과 맞물려 보고 있습니다. KT는 비용절감과 네트워크 운영 효율화를 위해 이르면 2011년까지 기존 2G 가입자를 모두 3G로 전환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렇게되면 기존 2G망이 철거되면서 약 7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010번호통합의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으나, 현재와 같이 신규가입자와 3G 가입자에게만 010을 부여해서는 전환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KT는 강제통합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강제통합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번호를 소비자의 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얼마전 국책연구기관인 KISDI가 010번호사용자가 전체의 90% 후반대까지 갈 경우 인위적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과거 아날로그 이통가입자의 디지털 전환 사례에서 보듯이 이 역시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KT는 따라서 기존번호를 그대로 3G에서 사용하도록 해주는 3G번호안내서비스를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번호이동에 따른 거부감을 줄이면서도 기존의 번호통합정책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게 KT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는 ＂3G 이상 서비스와 2007년 12월이후 출시된 신규서비스(리비전A 등)에 대해서는 010번호만 사용한다＂는 번호관리세칙을 위반한다는 지적이 있어 논란이 적지 않습니다.
통합LG텔레콤은 번호통합정책을 여전히 유효경쟁 측면에서 보고 있습니다. 유효경쟁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됐던 번호통합정책으로 경쟁사의 가입자를 흡수하는 등 수혜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통합의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 강제통합 역시 나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450여만명의 SK텔레콤 011가입자가 010으로 전환할 경우, 일부는 자사 가입자로 흡수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는 듯 보입니다.
SK텔레콤은 사회적 합의를 거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010번호통합정책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입니다. 가장 무난해보이는 생각이지만 실제 속내는 아주 복잡합니다. 번호통합정책의 타깃이 SK텔레콤이었고, 여전히 충성도가 높은 450여만명의 011가입자가 남아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그럴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SK텔레콤의 011가입자는 단순한 고객 이상입니다. 011가입자의 ARPU(가입자당매출)와 충성도는 타사가 갖지 못한 유형 무형의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강제통합이나 인위적인 유도정책은 이런 유형 무형의 자산을 순식간에 잃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번호통합정책의 폐지 역시 수용불가입니다. `011=명품=1등＇ 등의 이미지를 구축했던 011브랜드화 전략이 번호통합정책으로 좌절됐던 SK텔레콤 입장에서 이제와서 정책을 폐지하는 것은 억울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다양성을 하나로 수렴하는 과정에는 어려움이 따르게 마련이며, 번호통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만 방통위가 제시할 번호통합정책의 마지막 장에는 정책의 형평성, 소비자들의 권익, 사업자간 이해관계 조율이란 요소가 모두 등장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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